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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주 80.5시간?, 노동시장 개편안 핵심과 우려는?

by 제리베어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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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와 호봉제 개편 등을 포함하는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정부의 노동 개혁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혁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12일 발표했습니다.

 

 

12월 12일 숙명여자대학교 권순원 교수(왼쪽 두 번째)가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연구회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에 따라 발족한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논의기구입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법·보건·경영·경제 등 관련 분야 교수 1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날 연구회의 발표 내용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연구회는 "1953년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이 큰 골격 변화 없이 70년간 유지되고 있고,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의 '87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이 이중구조와 활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혁명과 경제구조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과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개편안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까지 늘어나 논란이 예상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합의 시 주당 최대 52시간, 하루 12시간을 일할 수 있으며, 이때 퇴근 후 다음 출근 전까지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법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뿐만 아니라 월·분기(3개월)·반기(6개월)·연 단위로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마련했습니다. 업종별로 일감이 몰리는 사이클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유연 근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권고안에 따르면 주당 최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한 달(4.35주) 단위로 계산해 매월 5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해집니다. 근무일 사이 11시간 휴게시간을 고려해 계산하면 최대 주 69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분기로는 최대 140시간, 반기는 250시간, 연간 440시간입니다. 분기 단위부터는 총 근로시간을 이전보다 70~90% 줄이도록 권고했습니다.

 

또 다른 주요 과제로는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을 크게 반영하는 호봉제를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로 전환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연구회는 이를 위해 기업의 직무·능력 임금체계 구축 및 개편을 지원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고령화를 반영해 60세 넘은 직원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길다. (사진=뉴스1)

 

 

재계 '근로 유연화' vs 노동계 '장시간 노동'


노동 개혁 권고안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권고안 주요 내용을 전반적으로 "바람직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와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반면 양대 노총은 사용자 편의를 보장하는데 치우친 권고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에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각각 "장시간 노동체계로의 회귀"와 "임금의 하향평준화"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켜 '유연 장시간노동체제'로 귀결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법적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과로로 인한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사업장이나 고용인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에 대한 의견과 필요가 다를 수 있지만, 장시간 노동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만큼은 공통적이라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인정되는 근로시간은 발병 전 12주 동안 근로시간이 주간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주간 평균 64시간)입니다.

지난 7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인사혁신처 등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과로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는 ▲2017년 399명 ▲2018년 491명 ▲2019년 551명 ▲2020년 497명 ▲2021년 56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 (자료=연합뉴스)

 


'근로시간 확대 뒷받침 제도 마련돼야'


노사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정 근로시간 준수 방안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고안에도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 확대는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기업이 포괄임금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수당을 지급하는 게 아닌, 처음부터 임금에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 계약된 시간을 넘어서는 과도한 연장근로가 이뤄지고 있고, 이 경우 추가 수당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권남표 노무사는 BBC 코리아에 "(근로시간 관련) 현행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노동자가 사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으로, '자율'에 맡긴다면 회사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자에게 포괄임금제를 거부할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계약 이상의 연장근로 시간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경우 사업장은 포괄임금제 계약상 근로시간만을 기록해 (정부에) 보고하기 때문에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통계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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