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얼마면 돼? (Feat. 일본 파이어족 사례)

“서른 살에 월급 노예 탈출” 日 파이어족 은퇴 자산 얼마였길래? - 조선일보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전하는 경고 - 중앙일보

 

 

극단적 저축‧투자로 조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 사진출처 백세시대

 

 

'경제적 독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앞글자를 딴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 40대 초반 전후에 은퇴를 꿈꾸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근검절약, 부업 등으로 소득 늘리기, 최대한 많이 저축하기, 그리고 현명하게 투자하기까지. 이른 나이에 은퇴를 꿈꾸는 이들은 ‘파이어족’이 되는 방법을 항상 찾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키즈'로 자란 MZ세대는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재테크로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아닌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직장 생활을 합니다.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하기도 합니다.

 

자본 소득보다 뒤처지는 노동 가치, 불안정해지는 고용과 길어진 수명 등이 파이어족과 같은 조기 은퇴를 부추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x 알바몬 '파이어족 준비' 설문조사

 

 

그렇다면 돈을 얼마나 모아 두면 은퇴를 결심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0~60대 남녀 1206명에게 ‘주택을 제외한 현금 자산이 얼마나 있으면 당장 은퇴하겠느냐’고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25.1%가 10억 원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은 30억 원, 50억 원, 20억 원, 100억 원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연령대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희망 은퇴자산에 제법 차이가 있었습니다. 30대는 50억원을 모아 은퇴하겠다고 답한 경우가 26%로 가장 많았던 반면, 60대는 당장 10억 원만 있어도 은퇴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30%로 최다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든다는 말이 있듯, 60대쯤 되면 수십억이란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실제로 나이 들면 돈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며 “100억 원 이상 벌어 은퇴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3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은퇴 후 원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는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젊은 파이어족은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꿈꾸고 목표 은퇴자산도 상당히 높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미츠비시 샐러리맨' 일본의 30대 파이어족 호타카 유이키씨

 

 

한국에서 조기 은퇴를 꿈꾸는 30대는 50억~100억 원 같이 큰 금액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 파이어족이 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유명한 파이어족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미츠비시 샐러리맨(三菱サラリーマン)'이라고 불리는 30대 파이어족 호타카 유이키(穂高唯希)씨는 일본 파이어족의 선구자로 여겨집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펴낸 책 "FIRE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위한 자산형성 입문"은 일본 파이어족의 바이블입니다.

 

호타카 씨는 대학 졸업 후 미츠비시 상사에 입사해 7년 반 일하면서 급여의 80%를 미국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했고, 2019년 서른 살이 됐을 때 과감히 퇴사했습니다. 당시 그가 모은 돈은 7,000만 엔(약 7억 2,500만 원)이었습니다.

 

해외 고배당주나 리츠(REITs) 등으로 월 평균 20만 엔(200만 원) 가량 배당을 받게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합니다. 배당금이 생활비보다 많은 구조였기에 조기 은퇴 생활엔 무리가 없었습니다.

 

 

호타카 유이키씨 트위터

https://twitter.com/freetonsha

穂高 唯希｜Yuiki Hotaka(@FREETONSHA) 님 | 트위터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어릴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아서 초저금리 시절인 14살 때부터 외환 거래에 대해 연구했고, 대학은 해외 유학(중국 북경대학 경제학부)을 했다"면서 "신입사원 시절엔 본격적으로 해외주식에 투자했고 30세에 과감히 FIRE 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어 "최근 등장한 일본의 파이어족은 일본의 초호황기였던 버블 이후 태어난 세대가 주축으로, 단순한 조기 은퇴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지금은 주식 투자와 농사일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50억, 100억 등과 같은 꿈같은 숫자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파이어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호타카 씨 사례에서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