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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D.P.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을 보여주다.

by 제리베어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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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다녀왔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그 경험은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한창의 나이에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었으며, 나와 남에게 가혹했으며, 인간의 악한 모습을 매일 마주쳐야 했기에, 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군필자라도 하더라도, 개인마다 군에서 겪은 상황은 다르다.

 

부대가 다르고, 간부가 다르며, 곁에 있는 전우들이 모두 다르기에 군에서 겪은 경험은 각자가 다르다.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와 선생님, 반 친구들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군대에서도 선택의 자유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밀리터리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지만, 그건 해외 전쟁에 관련된 소재를 한 작품들이다. 한국의 군대에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는 사실 피하고 있었다.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D.P 디피 포스터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D.P. 디피라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도 그냥 지나칠 뻔했다. 다만, D.P.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시보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미생' 드라마가 생각난다던 어떤 이의 감상평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단 한 에피소드를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에피소드 1은 나에게는 악몽과 같았던 훈련소와 신병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디피가 군필자에게 PTSD를 불러일으킨다는 말들도 인터넷상에 많다. 군에 다녀온 사람 특히, 디피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D.P 디피의 군생활 묘사는 리얼했다.

 

물론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위해, 한 부대에서는 한꺼번에 발생하기 어려운 부조리와 가혹행위가 한 부대에서 등장했다. 암울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감상하게 되었고 한호열(구교환)이라는 D.P 디피의 터닝포인트가 등장하며 감상에 여유와 재미를 찾았다.

 

그 이후부터는 조금은 편하게, 흥미진진한 감정, 때로는 심각한 자세로 에피소드 6까지 쉬지 않고 정주행을 하게 되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D.P 디피 한 장면

 

 

넷플릭스 D.P 디피에서 군대는 배경의 역할만 할 뿐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시간이 갈수록 변화되는 인물들이다.

 

어려운 배경에 갇혀있지만, 그저 그냥 열심히 살아보려고, 버텨보려고 하는 청년들의 시선으로,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군대의 부조리한 문화, 흑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인물들의 모습을 극적인 화면과 정돈된 메시지로 잘 전달한다.

 

에피소드마다 연결고리가 다른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큰 줄기를 이어나가며, 마지막 에피소드로 다가간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고, 그로 인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주조연급 등장인물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연출해냈다.

 

 

드라마 미생과도 많이 닮아있다.

 

 

미생에서도 선인과 악인, 그냥 일반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들 속에서 한 명의 약자로서 살아간다. 버틴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한다.

 

그러나, 대비되는 인물도 등장한다. 한 때는 선량한 마음으로 살아왔지만, 그 선량함은 부조리한 시스템과 그 사람의 본성에 따라 악하게 변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속한 공동체 속에서 상식적으로 어긋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잘못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공동체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

 

미생에서는 그 좋은 방향이라고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고, 디피에서는 군대의 부조리한 시스템이 제한한다. D.P 디피에서는 두 인물의 명대사가 이를 잘 압축하여 표현한다.

 


호열: 석봉아, 석봉아... 이렇게는 우리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잖아, 그렇지?
석봉: 그러면 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데!
호열: 내가, 우리가 다 부대 전체 조사하게 할게. 황장수 범죄 사실, 어? 그리고 우리가 방관했던 거.
석봉: "... 개소리."
석봉: 한호열 상병님, 차라리 군대가 바뀔 거라고 하십시오.
호열: 바뀔 수도 있잖아. 우리가 바꾸면 되지.
석봉: 하,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 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누구에게나 살 만한 세상, 다녀올만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대부분 지켜볼 수밖에 없고 방관자가 된다. 과거와 다르게 살만한 세상, 다녀올만한 군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모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개인의 인성과 윤리,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며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시스템마저도 누군가에는 이득이 되기에 바꾸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상식을 지키는 사회(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의 D.P. 디피는 오래간만에 많은 생각을 들게 한 명작이다.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이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사회적 신드롬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1위를 놓치지 않으며, 각종 커뮤니티와 국방부나 정치권에서 언급이 많이 될 정도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관통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떤 단체나 누군가에게는 탐탁지 않을 소재로 제작이 되어 이슈가 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인 상식을 추구하고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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